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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강화에 물러섬 없는 정부, 업계는 ‘안전’ 명분 앞에 속수무책

행안부, 승강기 안전관리법 하위법령안 TF 회의 개최


승강기 안전관리법 개정에 따라 행안부가 하위법령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의 세부 시행사항은 법률 개정 1년 후 바로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12월 승강기안전관리법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번번이 본회의 진출에 실패하면서 법안 수정 없이는 국회를 넘기 어려워보였으나, 안전관리 시스템 정비라는 큰 명분 아래 거의 원형을 보존한 채 본회의를 통과하고 지난달 공포됐다.
이에 행안부는 작년부터 잠정 중단됐던 승강기 안전관리법 하위법령안 TF를 다시 열고, 승강기 관련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지난달 매주 금요일에 개최된 하위법령 TF는 행안부 승강기안전과 관계자들과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업계를 대표하는 각 협단체, 수요기관 및 소비자 단체, 유통업계 등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개정될 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편집자 주]




이번 TF회의에서 이슈가 됐던 쟁점들은 ▲제조업 등록기준 ▲제조 및 수입업자의 사후관리 ▲승강기부품 안전인증 ▲유지관리 대수의 상한 등 크게 4가지 사안이다. 행안부는 국내 승강기 및 부품 시장의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해 저가의 중국산, 베트남산 부실 제품의 진입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많은 승강기 수요처들은 국산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부나 부품 속에는 출처를 알수 없는 제품을 공급받은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로 인해 품질이 저하되고, 서비스 질은 낮아져 이용객들로부터 다수의 민원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행안부는 “여러 공공기관과 소비자들이 승강기 부품체계에 대한 의심을 갖고 있어 부품생산과 인증절차를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며 “국내생산 부품관리를 더욱 체계화 하고, 강력히 감시하는 방안을 추진해 저질제품의 유통을 원천 차단하고자 등록기준과 안전인증 기준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업계가 국내에 생산기지 만드는 이유? "제조업 등록기준 강화 때문"
국내에서 제품 생산시설과 기술인력을 갖지 못한 업체들은 앞으로 제조업 등록을 할 수 없게될 전망이다.
행안부는 공장 설비기준에 대해(표 1, 2참조) ‘공장심사의 최소기준으로 설정했다’는 입장이다.
남송희 승강기안전과 사무관은“제조설비와 시험검사 설비 없는 업체가 제조업 등록을 받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경쟁력 없는 업체들이 공공수주 물량에 의존해 수준 이하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당 법률 시행을 앞두고 오티스, 미쓰비시 등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결정이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최근 승강기 전문인력 구인난이 극심한 상황을 고려해 기준을 완화하도록 행안부에 요구하고 있다.
설계·제조·사후관리 인력 각 1인 (합계 3인)에서 설계·제조·설치 각 1인과 일반기술인력 2인 이상(5명 이상)이 중소기업들에겐 너무 가혹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은 “최근 중소기업들은 인력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개정안과 같이 높은 기준이 적용될 경우 수 년 이내에 인력부족으로 정상적인 업을 영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TF안에 따르면 완성품·부품 모두 자체 공장에서 출하해야만 제조업 등록기준을 충족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만일 승강기를 납품하는 업체가 승강기 부품인 가이드레일을 구매하게 되면, 지금까지는 밴더나 가이드레일 제조사에서 현장으로 바로 보내서 설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 법률에서는 승강기를 하나의 완성품으로 보고 있어 공장에서 세트 출하를 해야한다. 자동차 공장에서 완성차를 만들어 내보내듯, 승강기도 완성된 제품으로 납품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송희 사무관은 “현장에서 보면, 승강기 업체들은 제조가 아닌 설치업에 가까운 모습이어서 수요기관들의 세트출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며 “향후 물류비 증가로 인한 원가상승, 작업효율성 저하 등 부작용을 고려해 조정 가능성도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지재권 침해않는 선에서 유지보수에 필요한 도면정보 제공키로
제조·수입업자의 사후관리 부분은 이번 법률 개정안의 뜨거운 감자였다. 행안부는 당초 원활한 승강기 부품공급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해당 법안을 집어넣었으나, 유지보수 자료 제공범위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 사안은 제조사와 수요처 간 이견이 큰 문제로 TF회의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티센크루프 관계자는 “기계도면을 시행규칙에서 규정해 버릴 경우, 지적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어 외형도면으로 정보제공을 한정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서울시청은 “외형도만 있어서는 유지보수 문제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기기에 문제가 있을 때 원인 찾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면을 제공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행안부는 특허나 영업기밀이 걸린 기계도면이 아닌 외형, 치수 정보와 함께 유지보수 필수도면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입장 차이를 조정했다.


“인증부품에 뺄셈은 없다”행안부, 초안대로 19개 굳힐 듯
승강기안전관리법에 근거한 ‘승강기부품 안전인증제도’는 하위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따를 예정이다. 행안부가 승강기 안전인증 품목으로 지정한 부품은 총 19개(표 3 참조)로 TF에서도 꽤 오랜시간 논의된 문제다.
기존 인증체계는 2년마다 정기심사를 받았던 강제인증과 5년마다 정기심사를 받아야 하는 자율인증으로 구성됐지만, 시행령 개정을 통해 모두 3년 정기심사로 일원화 될 방침이다. 
한편 승강기 안전부품의 모델구분 사항과 승강기 모델구분에 관한 내용은 별도로 운영 중인 기술분야 TF에서 더 논의를 거칠 전망이다.
LH 와 각 지자체, 철도운영기관 등 주요 공공발주처들은 이번 안전인증 강화 규정을 반기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안전성이 담보된 제품만 사용할 수 있도록 인증기준 향상과 강력한 제제를 요구해왔다.
한 교통공사 관계자는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도 그 안을 뜯어보면 중국산 저가 부품으로 이뤄져 껍데기만 국내산인 경우가 많았다”며 “높아진 인증기준으로 수준 이하의 불량 저가품들이 국내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해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기업계는 “과도한 안전강화 정책으로 업계의 경쟁력 저하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기업계의 경우 생산대수가 적기 때문에 인증비용에 대한 부담이 높고, 이는 생산단가 증가로 이어져 중기제품의 가격경쟁력 저하를 야기한다는 설명이다. 조합 측은 “승강기부품의 인증 구분 모델을 현실화하고, 제조사들이 제품 생산에만 전념해 품질 향상을 이끄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역시“방향성 없는 정책으로 결국 피해보는 것은 민간 소비자들”이라고 호소했다. 안전이란 명분 앞에 그 어떤 논리도 무용지물이 되면서, TF가 사실상 업계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인증제도 시행 후 특정부품만 교체하는 경우에도 규격이 맞지 않으면 승강기를 통째로 들어내야 하는데, 정부는 ‘어쩔 수 없다’는 말 뿐이다”며 “공공기관 수요처들이야 어차피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받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지만, 민간 수요처는 과도한 부담을 져야하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행안부는 “안전인증과 관련된 사항은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이라며 일부 품목의 삭제를 요청하는 업계의 의견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입법예고 과정에서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한편, 행안부는 이번 하위법령안에 시장분석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품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하는데, 정부가 예시로 이를 특정한다면, 그에 따라 가격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해명이다. 만일 정부의 가격이 높게 책정될 경우는 소비자이 피해를 볼 수가 있고, 반대로 낮은 금액을 대입할 경우 최저가 경쟁으로 신음하는 승강기 업계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현재 승강기 가격은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어서 적정가격이 시장에 반영되어야 하며, 이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 전하며 “이번 법령개정을 통해 단가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저가 경쟁이 아닌 품질과 안전성으로 인정받는 시장 환경이 갖춰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TF에서 나왔던 내용을 토대로 오는 5월 중순 입법예고를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설명회 등을 통해 변경된 사항을 관련 업계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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