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인재개발원 ‘VR 교육시스템’ 구축 목전에… 위험하고 복잡한 승강기 설치·점검
가상현실에서 ‘진짜같은’ 훈련한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산하 승강기인재개발원(이하 인재개발원)이 승강기 교육분야에 가상현실(VR) 기술 도입으로 새로운 교육문화 확립에 앞장서고 있다. 공단은 VR체험, 3D 자료영상 등 차세대 교육콘텐츠 제작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으며, 이 연장선에서 승강기 전문인력 직무교육 효과를 높이는 ‘실습형 VR 교육시스템’ 도입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미국의 교육학자 에드가 데일의 ‘학습의 피라미드(Cone of Learning)’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학습 수단에 따라 암기하는 정도가 다르다. 동일한 내용을 배우더라도 읽을 때는 10%, 듣는 것은 20%, 본 것은 30%를 기억하지만, 실제로 말하고 행동한 것은 90%를 기억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VR 에 대입해보면, VR 화면 안에서 스스로 주변을 탐색하고 메뉴얼에 따른 행동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가상현실 교육은 자발적인 지식 인지 행동(학습행동)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체험학습 효과로 VR기술은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과거 게임이나 전시장에서나 볼 수 있던 낯선 기술이었지만, 최근엔 비행조종이나 군사훈련, 의료, 건설, 재난안전 분야 등으로 적용분야가 급속도로 확대되는 중이다. 승강기 분야도 제조, 설치, 유지관리 교육에 적용 시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4일 강동 인재개발원 교육장에서 열린 ‘승강기 VR교육시스템 구축 관련 중간보고 시연회’는 공단이 준비 중이 VR교육을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시연회를 찾은 이한수 공단 교육홍보처장은 “이번 VR 교육시스템은 승강기 현장 실무에 어려움을 겪는 재직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교육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중간보고 시연회로 수요자, 개발자 간 충분한 피드백을 통해 더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 나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초부터 탄탄히” 현장실무에 어려움 겪는 재직자 교육에 활용 예정 이번 승강기 VR교육시스템은 승강기기업 재직자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인재개발원에서 계획한 사업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우수사업계획에 선정돼 교육용 콘텐츠 개발비를 지원받았다. 인재개발원은 수요조사에 따라 ▲엘리베이터 설치 ▲엘리베이터 점검 ▲에스컬레이터 점검 등 세 종류의 작업과정을 VR 콘텐츠로 우선 구현하기로 했다.
김범상 인재개발원 컨소시엄팀장은“교육 요구가 높고, VR체험교육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 직무를 우선으로 선정했다”며 “과제가 완료되는 10월 이후 교육시스템을 정비해 연내 VR체험교육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단과 VR 시스템 개발업체인 삼우이머션(대표 김대희)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VR 환경이 계획된 시나리오대로 나오고 있는지 확인하고, 보완하거나 추가해야 할 부분을 함께 살펴보며 시스템 구축 완성도를 높여나가기로 했다.
김 팀장은 “승강기 VR 교육시스템의 궁극적인 목적은 작업자 안전”이라며 “고소작업이 많은 승강기 현장 특성상 작업자들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교육을 받는 동안 안전에 유의하며 설치, 점검 메뉴얼을 숙지할 수 있도록 체험형 학습을 제공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리얼리티 살린 VR 이미지…‘진짜 승강로 안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교육 가능해져“실제로 안전사다리를 놓는다 생각하고 손을 뻗어 옮겨보세요”
삼우이머션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임형택 안전교육실 차장이 VR교육 체험에 나섰다.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지는 360도 시뮬레이션은 사용자가 움직이는대로 컨트롤 할 수 있어 실감나는 현장 모습을 접할 수 있다.
VR헤드셋을 장착하고 전용 장갑을 낀 임 차장이 손을 앞으로 뻗어 움켜쥔 상태로 팔을 옮기자, VR 화면 모니터 속에서도 안전사다리가 제 위치를 찾았다. 형판을 설치할 때도 아래쪽에 보이는 쇳덩이를 잡기 위해 무릎을 굽히고 바닥에서 손을 움직여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임 차장은 “승강기에 VR직무교육 시스템이 매우 적합한 이유는 내부를 보기 힘든 승강기 현장에 대한 이해를 돕기 때문”이라며“특히 에스컬레이터 기계실은 매우 협소하고 가려져 있는 구조가 많아 교육에 어려움이 많은데, 이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면 것을 볼 수 있어 초보자들이 구조를 인지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VR 교육에선 각 미션들이 정해진 작업 순서에 따라 차례로 진행되므로. 신입 직원들에게 더욱 효과적이다. 교육생들은 가상현실 이미지 속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메뉴얼에 따른 작업 순서를 받아들일 수 있다. 메뉴얼과 행동패턴이 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만큼 사고 위험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임 차장은“VR로 기술적인 스킬을 익히는 것보다 현장 실무에 있어 기초적인 메뉴얼과 절차, 일의 순서를 외우는데 더 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승강기 VR 콘텐츠 노하우 지닌 삼우이머션이 개발 참여 승강기 설치, 유지관리 기사들은 항상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VR교육은 작업자들이 안전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이론과 실무 교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승강기 분야에 적합한 훈련방식으로 여겨진다.
국내 VR 업체 중 승강기 분야에서 다수 프로젝트를 경험한 삼우이머션은 특화된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이번 승강기 VR교육시스템은 그간의 작업들을 바탕으로 완성했으며, 콘텐츠 제작과 마감처리, 군더더기 없는 렌더링으로 사실감 있는 가상공간을 구현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대희 대표는“승강기는 부품이 많고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많은 설비로, 완성도 높은 VR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이 까다로운 분야”라며“생생한 현장감을 위해 피트 밑에 물이 고여있는 부분까지 표현하는 등 디테일에 세심히 신경썼다”고 밝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승강기 직무교육도 변화 중코로나 19로 인한 장소, 현장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짐에 따라 현실감 있는 직무교육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범상 팀장은“강사가 다수의 학생들에게 교육하던 기존 수업방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할 시기가 왔다”며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교육현장의 풍경도 많이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공단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언택트, 비대면 활성화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승강기 VR교육시스템도 각종 직무교육에 활용해 승강기 인력의 교육·훈련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내 교육현장에 VR교육을 적용할 예정이며, 이와 함께 3D 콘텐츠, 영상교육 확대 등으로 교육 콘텐츠 질을 더 높여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