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설치품질 하자 잡아내는 ‘매의 눈’ (사진 왼쪽 이승남 책임컨설턴트, 오른쪽 박현준 팀장)
공단 기술사업처, 승강기 정밀점검으로 설치 품질 견인 시방 기준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LH 승강기는 그만큼 높은 품질과 탁월한 승차감을 자랑한다. 대형 제조사, 중소제조사 나눌 필요 없이 모두 뛰어난 성능과 품질을 이끌어내는 LH 현장의 비결은 바로 ‘승강기 정밀점검’ 덕분이다. 승강기안전공단이 LH로부터 위탁해 실시하는 승강기 정밀점검은 법정 설치검사와 달리주민들이 입주하기 전 LH 설계기준과 품질기준에 부적합한 승강기를 찾아내, 이를 보완하도록 만든 안전장치다. 공단 기술사업처는 전국의 LH 승강기 설치현장을 누비며 시방 불량, 설치 하자를 잡아내 승강기 품질 상향평준화를 견인하고 있다.
“LH 납품업체들에겐 승강기 전문가인 우리가 가장 껄끄럽고 신경쓰이는 존재일 겁니다”
시흥 은계지구 현장에서 만난 박현준 공단 기술사업처 팀장이 던진 첫 마디다. 승강기 제조사들이 시공을 마치고 납품을 완료하기 전, LH 승강기 정밀점검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이 위탁업무를 공단에서 맡고 있기 때문이다.
LH 정밀점검 현장에 파견되는 직원들은 현장에서 최소 5년 이상, 평균적으로는 15년의 현장 근무경험이 있는 전문가들로 꾸려져 있다. 승강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감독관이나 관련 부서 담당자들은 모르고 넘어가는 업체의 실수나 눈속임이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꼼꼼한 점검을 위해 검사 일정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지 않도록 스케줄을 조절합니다. 2인 1팀으로 움직이며, 보통 한 팀이 하루 2~3대를 점검합니다. 승강장이 있는 모든 층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탓에 고층 건물은 1대당 꼬박 하루가 걸리기도 합니다” 사업 시작 4년 만에 90대→1,221대로 물량 크게 늘어
공단은 과거 관리원 시절부터 컨설팅 및 진단의뢰를 진행했지만, 본격적으로 정밀점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LH의 의뢰로 시작된 승강기 정밀점검은 사업 첫해 5개 단지 90대에서 시작해 올해는 107개 단지 1,221대 규모로 확대됐다.
지난해 협약을 맺고 자사 전체 수주단지에서 승강기 정밀점검을 받기로 한 현대엔지니어링 현장까지 추가됐으며, 코레일도 올해 하반기 승강기 신규설치현장부터 이 검사를 받는다. 이처럼 까다롭기로 알려진 LH 승강기 품질기준이 점차 다른 수요처로 확대되는 추세다. 그만큼 승강기 업체들은 설치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박 팀장은 “지난 몇 년간 시공사들이 승강기 품질문제로 입주민과 갈등을 빚은 사례가 많았고, 분석한 결과 대부분 설치하자로 인한 소음과 진동이 원인이었다”며“객관적으로 설치 품질 진단을 할 수 있는 기관인 공단을 찾는 발주처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최상의 승강기 품질상태 보증하는‘승강기 정밀점검’ LH가 공단을 통해 실시하고 있는 승강기 정밀점검은 새로 설치된 승강기가 최상의 상태로 입주민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처음엔 엘리베이터 진동 소음을 최소화해 민원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이를 통해 승강기 설치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면서 LH 전 현장으로 확대 적용됐다.
주요 검사항목은 ▲기계실 ▲승강로 ▲승강장 ▲카 ▲세대소음 ▲진동으로 구분한 16가지다. 이는 공단이 승강기 품질측정을 위해 실시하는 승강기 정밀안전진단 검사항목 중 품질을 위해 꼭 필수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항목을 추려낸 것이다.(표2 참조)
박 팀장은 “업체들이 가장 많이 지적받는 항목은 주로 레일 설치 불량, 볼트 방향 및 방진고무 설치 불량, 도르래 불량, 출발신호 불량”이라며 “이 부분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말했다.
박 팀장에 따르면 이날 정밀점검을 받은 은계자이 현장은 비교적 시방에 맞춰 잘 시공된 현장으로, 큰 하자나 안전 위험요소는 발견되지 않았다.
정밀점검 실시 이후 중기 설치품질 수직 상승...일부 현장은 대기업보다 지적건수 적기도
소음과 진동측정부터 레일에 걸린 나사, 용접상태까지 살피는 승강기 정밀점검은 승강기 대기업 제조사들도 지적사항을 피할 수 없다. 때문에 단 한 번에 합격을 받는 현장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럼에도 정밀점검 시행 초기보다 LH 승강기 품질은 많이 좋아졌다. 경험치가 누적되면서 설치품질과 시공능력이 향상된 덕분이다.
박 팀장은 “아직도 지적사항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시방에 거의 근접하게 설치가 잘 된 현장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LH 현장 납품경험이 있는 업체는 정밀점검을 받아본 전례가 있어 그만큼 시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합격률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부 현장에선 중소기업 설치품질이 대기업보다 월등히 좋은 경우도 종종 목격한다. LH에서도 시공품질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중기 대오정공·대명엘리베이터 같은 업체들은 설치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하더라도 기술노하우가 있는 곳에 일을 맡긴다. 설치 업체는 계약액 만큼의 설치품질을 보장해야 하므로 시방에 더욱 신경 쓰며 공사를 하게 되고, 자연스레 설치품질도 올라가게 된다. 박 차장이 중기 설치품질 향상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LH 현장을 다니다 보면 중소기업 제품도 많이 보게 되는데, 어떤 업체는 검사날짜가 잡히면 직원들이 여럿 나와서 대기를 하고 있어요. 많게는 4명이 한 현장에 나와 지적사항을 바로 수정하기도 합니다. 이 정도 정성을 보이는 업체들은 공사기간 동안에도 워낙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검사도 수월하게 끝나는 편입니다” 높아진 고객 눈높이에 맞춰 설치 기술력 끌어올려야아쉬운 점은 높아진 승강기 품질에 비해 아직 못미치는 설치 기술 수준이다. 승강기 분야 중 대표적인 3D 업종인 설치업은 신규인력 유입이 적어 고령화 됐고, 과거 설치 기술자들도 많이 은퇴해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많은 기술 노하우들이 전달되지 못한 탓이다.
건설사들도 예전엔 승강기 분야 전문가를 내부에 두고 시공품질을 신경썼으나, 요즘은 부서 통폐합으로 대부분 전기팀에서 승강기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이 많이 떨어졌다. 박 팀장은 설치품질을 높이는 방안에 승강기 업계 뿐 아니라 건설사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팀장은 “현장 관리자에 대한 승강기 교육과 더불어 공사용 승강기 사용용을 자제하고, 설치업체가 충분한 납기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