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작업 추락사고 막아줄 ‘시스템비계’ 적용현장 첫 공개“외나무 다리를 건너듯 아슬아슬 했던 승강기 설치 작업, 시스템비계 적용으로 추락사고 원천 봉쇄”
안전보건공단(이사장 안종주)은 승강기 공사현장 추락사고 예방을 위해 개발한 ‘승강기 설치 전용 작업대(이하 시스템비계)’를 적용한 1호 현장을 공개했다. 지난달 11일 공개된 경기도 화성시 소재 건설현장은 승강기 설치작업에 시스템비계를 도입한 첫 사례다. 이에 안전보건공단은 TK(티케이)엘리베이터를 비롯한 10여개의 승강기제조사 및 승강기안전공단과 간담회를 갖고 실제 적용 현장을 확인했다. 기존 비계설치 작업에 비해 안전과 효율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 시스템비계 도입 확산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승강기 설치작업용 시스템비계 첫 적용한 오산의 한 현장…승강기 시공 맡은 티케이가 상용화 앞장서
시스템비계는 비계제작업체 은진산업과 안전보건공단, 승강기안전공단, 승강기제조사가 협업해 개발한 승강기 설치전용 작업대다. 지난 2019년 11월 민관합동 TF를 구성해 연구개발에 착수한 뒤, 3년여의 연구 개발 과정을 거쳐 이번에 처음으로 실제 현장에 적용하게 됐다.
이번에 최초로 시스템비계가 설치된 오산의 한 빌라 건축 현장은 실제 엘리베이터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어떻게 설치 조립하고 해체해야 하는지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승강기 설치업체들이 현장을 참관하며 여러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해당 현장의 승강기 설치업체인 티케이엘리베이터는 서득현 대표를 비롯한 설치팀 관계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설치-해체 과정을 살피며 현장 적용 확산에 대해 논의했다. 티케이엘리베이터는 시스템비계 도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개발 과정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설치 및 비계 파트너사 관계자들과 적용현장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추진해왔다. 아울러‘안전, 품질, 고객중심 1등 기업’을 표방하며 각종 안전절차를 강화하고 모든 현장에서 실천하며 중대재해 제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서득현 대표는 “엘리베이터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중에서 추락이 가장 위험하고 빈번하다”며 “티케이엘리베이터의 모든 현장에서 전 파트너사와 함께 뜻을 모아 적용 가능한 현장에 시스템비계 도입을 적극 추진해 승강기 업계의 안전문화 확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작업자가 피트 안에 들어가는 비계설치 작업 최소화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약 5년간 승강기 설치·유지·보수 공사 중 숨진 근로자는 38명에 달한다. 이중 승강기 설치작업자 사고는 고소작업 중 추락한 사례가 다수를 차지한다. 기존 공사방식이 좁은 승강로 내에 작업자가 들어가서 강관비계 및 작업발판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작업자가 떨어질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에 개발된 시스템비계는 지지대와 작업발판 설치까지 피트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이루어진다. 작업자는 승강장에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어 추락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특히 승강기 내부 작업을 최소화하고, 표준화·규격화해 사고 발생 위험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작업자 편의와 작업효율을 고려해 제작돼 시스템비계를 적용해도 공기에 큰 영향은 없다.
안전보건공단은 싱가포르나 독일 등 이미 유사한 시스템비계를 사용하는 나라와 비교해도 이번 개발품이 작업효율이나 안전면에서 손색없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시스템비계 개발업체 전두성 은진산업 대표는 “시스템비계는 승강장 바닥과 벽체, 승강로 내부 벽 3곳에 무게를 분산시켜 최대 540kg까지 지탱할 수 있으며, 흔들림이 적고 견고해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며 “현장 작업자들이 운반하기 좋게 부품 크기와 무게도 최소화 했기 때문에 적응하면 시스템비계가 오히려 더 편리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발된 시스템비계, 현장에서 널리 사용돼야 의미있어”
그간 사고 사례를 보면 감독관이 없는 1~2대 설치되는 작은 건설현장에서 주로 발생했다. 소규모 건설공사에는 안전관리자를 의무배치 하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작업자에 대한 안전관리와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시스템비계가 불완전한 작업 중에도 추락사고를 방지하고 안전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상우 티케이엘리베이터 설치사업부장은 “파일럿 현장 여러 곳을 선정해 시스템비계를 적용할 예정”이라며 “15인승 이하 MRL타입 콘크리트 구조에 우선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MRL기종 설치현장은 승강로 내부에 엘리베이터 주요 부품들을 설치 조립해야 하는 특성상 고소작업 중 추락사고 위험이 매우 높은 편이다. 국내에 신규 설치되는 승강기 중 MRL기종이 30%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MRL현장에 시스템비계를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안전사고 예방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설치작업자들은 숙련공이 많고, 작업자들은 대체로 본인의 작업방식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부분에서 승강기 제조기업들이 노력해야 할 점은 현장 분위기 쇄신이다. 작업자들이 체감적으로 안전을 위해 시스템비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반복 교육하고, 자주 현장을 방문하며 소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날 현장을 찾은 이창용 승강기안전공단 경기강원지역본부장은 “시스템비계는 보이지 않은 작업작의 심리적 위험요인까지 해결하는 제품으로 승강기 산업안전의 획기적 발전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며“공단 역시 현장에 많이 보급돼 사용할 수 있도록 업계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관련 고시 개정으로 시스템비계 구매 비용 70% 지원 받을 수 있어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는 개발된 승강기 설치 전용 작업대에 대한 재정지원이 가능해졌다. 관련 고시(방호장치 자율안전기준 고시)가 8월 30일 시행되며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을 구매하면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재정지원·신청 대상 사업장은 승강기 제조사와 공동수급 시공실적이 있는 승강기 설치업체 또는 건설업 등록증을 보유한 상시근로자 50인 미만의 비계설치 업체다. 안전보건공단이 비용의 70%를 부담하며, 동일 사업주에게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 가능하다.
시스템비계는 세트당 가격이 약 108만 원으로, 사용환경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수명은 대략 1년 정도다. 설치대수가 많은 기업일수록 구매 부담이 크기 때문에 현장에선 점진적으로 사용이 확대될 예정이다.
안전보건공단은 향후 재정지원 사업의 확대를 통해 승강기 설치현장의 작업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안종주 이사장은 “앞으로 승강기 공사현장의 작업자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 및 홍보 등을 통해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