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 승강기, 한국 기준 따른다국내 승강기 안전기준 따르게 된 주한 미 육군
“미 승강기 독점 시장 풀리고 한국 업체에 기회 열려
주한 미 육군 시설에 한국산 승강기가 설치되고 국내 승강기 기준에 따른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적합성 진단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주한 미군은 미국산 승강기를 수입하여 설치 운영하면서 부품 수급 지연으로 고장처리에 3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등 유지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미 육군 극동지역 공병단은 향후 주한 미군의 한국산 승강기 설치와 국내 승강기 기준 적용한 적합성 진단을 받기로 결정했다.
까다로운 인증으로 독점 체제로 굳어져 온 미군 승강기 납품시장, 국내 업체들에게도 기회
미군 시설은 미국령으로, 미국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승강기를 포함한 모든 시설은 북미 기준에 따라 ASME와 UL 등의 안전기준을 확보해야 한다. 때문에 관련 인증을 지닌 소수의 업체만이 납품하는 소위 ‘독점’ 시장에 가까웠다.
이젠 미 육군과 공단의 합의로 치외법권 지역인 주한 미군시설에 국내 승강기 업체의 진출 기회를 얻게 됐다. 미 육군에서 현지규격에 맞춰 규제를 풀어준 첫 사례다.
미 육군은 주한 미 육군 시설에 한국산 승강기를 신규 또는 교체 설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지난 5월 초 ‘미군 시설 한국산 승강기 사용 설명회’도 열렸다. 승강기 설치 등에 대한 계약 내용과 국내 업체 입찰 참가 자격 등을 안내하는 설명회 현장에 현대, 오티스엘리베이터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건설업체 관계자 등 약 100명이 참석하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박현준 공단 기술사업처 진단컨설팅팀 부장은 “미군에 납품되는 승강기는 단가가 높은 편”이라며 “물론 요구하는 서류나 절차가 까다롭고,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지만 대당 설치 가격이 3-4억 원 수준으로 매우 높게 책정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많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 번을 성공적으로 납품하면 보안과 신뢰를 중요시 하는 미군 특성상 꾸준한 일감을 기대해볼 만 하다. 국내 업체들이 우회적으로 미국 수출실적을 쌓을 수 있어 수입대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안전기준에 따라 모델인증을 자체적으로 소화하는 수준의 업체라면,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다. 주한 미 육군 시설 내 약 1,000대의 승강기가 미국 표준 규격에 의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에 따르면 미 육군은 기존 발주물량을 전량 취소하고 한국산 승강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올해 교체 및 신축 물량이 약 30-40대 선으로, 승강기 업체들은 미군이 공사발주를 하는 건설 회사들을 통해 납품 가능하다.
까다로운 미 육군이 국내 승강기 제도 따르게 된 배경에 공단의 숨은 노력 있었다
미군이 공단에 처음 문의했을때만 해도 ASME 기준으로 검사가 가능한지 여부를 물었다. 그러나 이미 한국은 별도의 안전인증과 검사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공단에서는 국내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해 우리 승강기 제도권에서 미군 납품이 가능하도록 유도했다.
박 부장은 “2023년 초 미군에서 대령급과 기술진, 실무진이 승강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직접 공단을 찾아온 이후 다양한 각도로 검토해 봤지만, 미국 제품을 쓰는 한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회로 같은 것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방식과 달라서 국내 기술진들이 대응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또 미국 제품을 수입해서 사용하는 구조라 부품도 비싸고, 고장수리에 길게는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박 부장은 국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미 육군 승강기 시설 담당자와 1년 넘게 관련 논의를 이어왔고, 공단에서 실시하는 승강기 안전검사 적합성 진단에 따르더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설득에 미군이 합의하면서 국산제품 도입이 가능해졌다.
박 부장에 따르면 미군 고위관계자가 거창에 있는 승강기안전기술원을 찾아 안전인증 진행 과정을 살펴본 후 논의가 빠르게 진전됐다고 한다. 국내 승강기 안전기준이 유럽에서 통용되는 EN코드를 따르고 있다는 점도 미 육군이 국내 제품을 받아들이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이미 미 공군은 자체 결정으로 작년부터 국내 안전기준에 따라 승강기를 설치하고 있고, 시방서에 공단이 실시하는 품질진단검사인 ‘승강기 안전검사 적합 증명서’를 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오른쪽 상단 그림 참조) 미 육군도 향후 설치되는 승강기에 대해 공군과 유사한 절차에 따라 국내 제품 도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현재 방화도어 요구 기준이 우리나라는 1시간, UL은 1시간 반으로 약간 상이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군과 의견차를 좁히고 있다. 이 사안 역시 주한 미 육군 승강기 설치규정에‘한국 승강기 법률을 따른다’는 조항을 추가해 해결하는 것으로 논의해 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