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고속용 승강기 시장 문 두드리는 중기“속도 높여야 미래 먹거리 늘어난다”
한전아트센터는 본관 중심부에 분속 180m 엘리베이터 3대가 포함된 현장이다. 기존에 설치됐던 동양에레베이터(현 티케이엘리베이터)는 부품수급 문제와 안전장치를 추가하는 비용을 고려해 전부교체를 결정했고, 지난 연말 금강엔지니어링(대표 박용진)이 고속용 승강기 설치를 완료했다.
<현장정보>
한전아트센터 고속 엘리베이터 현장
설치정보: 2022.11.14 (최초 2000.12.14)
제작업체: 금강엔지니어링(대표 박용진)
모델명: GK-15DP
적재하중: 15인승 (1,150kg)
정격속도: 분속 180m (3.00 m/s)
한전아트센터는 중소기업이 제작한 분속 180m 엘리베이터 중 승강기안전관리법 개정 이후 안전인증을 받은 첫 현장이다. 승강기 품질 안전진단까지 완료해 성능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금강엔지니어링은 이번 실적을 바탕으로 고속 엘리베이터 분야에서 영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박용진 대표는 “한전아트센터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자체 기술로 제작했기에 우리에게도 의미가 큰 현장” 이라며 “그간 기회가 없었던 것 뿐이지,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들도 고속 기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돼 뿌듯하다”고 밝혔다.
금강엔지니어링, 고속 엘리베이터 성공적으로 납품…중소기업의 기술력 증명
국내 승강기 업체 중 고속 승강기(분속 150m 이상) 제작 기술을 가진 업체들은 대기업을 제외하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 건물의 고층화와 도심지역 인구 집중화로 고속용 엘리베이터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중소기업이 주로 포진하고 있는 저속용 엘리베이터 수요는 감소하는 추세다.
또한 고속용 승강기를 채택하는 고층 오피스 빌딩이나 주상복합 건물 등 민간 시장에서는 대기업 제품을 선호한다.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고, 경험 부족으로 기술력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점도 중소기업들이 고속용 승강기 개발에 선뜻 나서기 힘든 이유다.
이런 불리한 시장 환경을 고려했을 때, 최근 금강엔지니어링이 교체설치를 완료한 한전아트센터는 중소기업 기술력으로도 고속 기종 납품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현장이다.
더블래핑, 컴펜로프 적용해 안정적으로 운행하는 고속용 엘리베이터
한전아트센터 중앙에 나란히 위치한 고속용 엘리베이터 3대는 군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운행효율을 높였다. 3대의 행정거리는 80m로 지하 3층~지상 17층(총 20층)을 오간다. 피트 상부인 옥상 기계실에서는 호출 받은 카를 작동시키는 거대한 권상기를 확인할 수 있다. 권상기 시브에 연결된 로프는 피트 하부 시브와 균형추를 연결하는 방식이며, 호기당 로프 전체 길이만 약 200m에 달한다.
고속기종은 로프 길이가 길고, 주행 시 힘을 크게 받기 때문에 저속에 비해 정밀한 설계와 제작이 필수적이다. 이에 해당 현장은 설계 단계부터 주요 안전부품에 대해 삼일엘텍 제어반과 코리아엘텍 대용량 권상기, 동광사우 추락방지안전장치 등 고속 기종 경험이 많은 부품업체들의 제품을 채택했다.
금강엔지니어링은 권상기 시브 2개에 16파이 로프를 감은 더블래핑(double wrapping)으로 무게를 분산시켜 슬립현상을 예방하고, 주행안정성을 높였다. 또한 컴펜로프(compensation rope, 균형로프) 방식으로 보상을 줘 로프의 큰 움직임을 보완했다. 균형체인이나 균형로프는 카와 균형추 와이어로프 상호간의 위치변화에 따른 무게를 보상하기 위한 것으로 주로 행정거리가 긴 경우나 정밀한 착상을 요구하는 고속용 엘리베이터에 사용된다. 승차감, 착상오차 및 트랙션비(카측 와이어로프가 매달리고 있는 중량과 균형추측 와이어로프가 매달고 있는 중량의 비)를 개선하기 위한 장치다.
한편, 고속 엘리베이터는 가이드레일 설치 작업도 품질을 좌우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금강엔지니어링은 고속 주행하는 카가 흔들리지 않도록 레일 설치 시 오차범위를 최소화하며 정밀하게 작업했다.
박 대표는 “첫 고속기종 도전인 만큼 완성도가 중요했다. 향후 수주를 위한 기준 현장이 되기 때문에 우리 직영설치팀을 파견해 6개월간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꼼꼼한 시공관리로 공단 품질안전진단도 가뿐히 합격
한전아트센터 승강기는 한국승강기안전공단으로부터 ‘승강기 품질 안전진단’도 받았다. 해당 현장과 같이 대형·고속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거나, LH 승강기 및 지하철 등 주요 관급현장들은 대부분 공단의 품질 안전진단을 받는다.
품질 안전진단 대상 승강기의 경우 법정 설치기준 이상의 품질 기준을 요구받으며, 제조사가 발주처 시방에 맞도록 설계·시공했는지 여부도 확인한다. 기업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설계대로 승강기가 설치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현장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
금강엔지니어링은 지난 10월 공단의 품질안전진단에서 합격한 이후에도 혹시 모를 소음이나 승차감 문제를 체크하기 위해 작업자를 상주시키며 현장관리에 더욱 매진했다. 한전의 공사 담당자가 중소기업이 공사를 맡아 문제가 생길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분속 150m 설치경험도 없었던 기업이 180을 설치하겠다고 하니, 공사 입장에서는 걱정이 됐던 모양”이라며 “중소기업도 충분히 고속기종 납품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납품 완료 후 결국 그 담당자로부터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도 들었다.
중소 승강기 제조사, 부가가치 높은 고속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돌파구 찾아야
한전아트센터 승강기 교체공사는 분속 180m 고속 기종이었기 때문에 중소기업자간 경쟁이 적용되지 않아 일반경쟁으로 진행됐지만, 금강엔지니어링이 적격 업체로 최종 선정됐다.
박 대표에 따르면 해당 현장의 고속용 승강기 대당 공사비는 약 2억 원 수준이다. 분속 120m이하 승객용 엘리베이터가 대당 5천만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부가가치가 높다.“공사규모가 큰 현장이지만 고가의 특수부품이 적용되고, 서울에 인원을 상주시켜야 하는 관계로 많은 비용이 투입됐다”며 “향후 확대될 고속 승강기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한 레퍼런스 성격의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 대표는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대부분 20층 이상이다. LH 공동주택 층고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 향후 분속 120m 수준의 중속 기종을 채택하는 곳이 늘어 시방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관급물량 중 고속 기종과 중저속 물량을 엮은 승강기 공사들이 일반경쟁입찰로 넘어가면서, 중소기업들의 위치가 위협받고 있다. 공공물량이 주요 시장인 중소기업들도 속도 향상, 승차감 개선 등 품질향상에 대한 노력 없이는 수주가 더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박 대표는“관급 공사 승강기 기준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들이 승강기 속도를 높이는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