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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국정감사: 연이은 승강기 중대사고‘안전’문제 집중 질타

E/S역주행·작업자 사망사고 등 안전관리 부실 지적 이어져

올해 국정감사에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 작업자 추락 사망사고 등 크게 이슈화 된 사고가 많았던 승강기 분야에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감사가 진행되는 행정안전위원회 뿐 아니라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도 승강기 사고 재발 방지와 개선사항에 대해 관계부처와 기업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당부했다.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는 人災...국회, 대책마련 촉구
지난달 17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에도 매일 실시하는 승강기 안전점검을 역무원이 담당하는 것으로 확인돼 안전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지난 6월8일 오전 8시25분께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던 중 갑자기 역주행하면서 승객들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승객 14명의 부상을 당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국정감사에서 분당선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는 커플링이라는 부품이 마모돼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발생한 에스컬레이터는 지난 2009년 설치됐으며 매월 자체점검과 연 1회 정기검사를 받았지만, 보수업체에서 직전 월 실시한 검사에서는 ‘이상 없음’으로 점검을 마친 사실이 드러났다. 행정안전부가 사고 후 전국 모든 역사의 8,200여대 에스컬레이터를 점검한 결과, 320여대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의원은 각 역사에서 에스컬레이터 점검은 어떻게 실시하고 있는지를 물었고,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통상적으로 역장이 지정한 역무원들이 에스컬레이터 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고 육안이나 소리를 듣고 점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하루에 여러 번 보더라도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볼 때 고장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고, 이런 식으로 관리를 하면 사고는 또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6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수내역 사고와 같은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가 ‘중국산’ 에 의존하고 있는 승강기 업계의 현실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승강기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국내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의 99%는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승강기 안전인증제도가 도입된 2019년 이후 국내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약 6,600대로, 개별인증으로 설치된 1%의 에스컬레이터를 제외하고 모두 중국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장으로 멈춰있는 에스컬레이터가 늘고 있지만, 교체할 부품이 중국에서 제때 들어오지 못할 경우 부품 교체를 적기에 진행하지 못해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혹은 가동하지 못하고 세워두는 시간이 길어져 시민 불편을 초래한다.  
정 의원은 “설치 이후 20년 이상이 지난 노후 에스컬레이터가 총 7,975대에 이르지만, 고장 또는 마모된 부품을 조속히 교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입업체나 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여유 부품은 없어 국내 부품 수급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한국의 에스컬레이터 완제품·부품 시장은 값싼 중국산에 장악된 상태”라며 “100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에스컬레이터 고장 시, 6개 항목의 부품을 제외한 94개 부품은 중국으로부터 수급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못 하고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혜인 의원,  “행안부가 유권해석으로 승강기 1대당 2인 1조 작업 의무화해야”
지난 5년간 승강기(엘리베이터) 사고로 죽거나 다친 사람이 3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승강기 사고 및 기술자 사고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5년간 승강기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335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사망자는 27명, 부상자는 308명이었다. 승강기를 설치·수리하다가 사고를 당한 작업자는 47명으로 전체 사상자의 14%이다. 특히 작업 도중 사망자는 13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절반 가까이(48%) 된다.
수년, 수십 년에 이르는 승강기 운용 기간 중 설치·수리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은 점을 고려하면 설치·수리 작업이 얼마나 위험한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관계 당국은 승강기 사고 책임의 대부분을 근로자한테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 의원이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인 한국승강기안전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공단은 2019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작업자의 사고 사례를 41건으로 규정했는데, 이 중 90%(37건)가 작업자 책임이라고 봤다. 나머지 4건 중 2건은 유지관리업체의 책임으로, 다른 2건은 사고 원인이 불명확해 과실 주체를 가리기 어렵다고 각각 판단했다.
행정안전부가 고시한 ‘승강기 안전운행 및 관리에 관한 운영규정’에 따르면 승강기 관리주체 또는 유지관리업체는 승강기 점검반을 소속 직원 2명 이상으로 구성해 2인 1조 작업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승강기 유지관리업체 대다수가 2인 1조 작업 의무 규정을 승강기 1대가 아닌 작업현장 전체에 적용하고 있다. 한 아파트에서 작업하면 아파트 1동 내 승강기 1대에서 2명이 작업하는 게 아니라, 아파트 전체 승강기에서 2명이 일하는 것으로 기업들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규정을 해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용 의원은 행안부가 유권해석으로 승강기 1대의 2인 1조 작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 의원은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2인 1조 규정이 꼭 필요한데도 행안부는 실질적으로 규제를 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유권해석을 회피하고 있다”며 “행안부가 승강기 근로자의 안전보다 유지관리업체의 인건비를 더 걱정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환노위에 사망재해 발생한 오티스 대표 출석…주무부처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 요구받아
같은 날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쏟아졌다. 이날 환노위 국감장에는 지난 6월 발생한 오티스 작업자 추락 사망사고에 대한 조사를 위해 조익서 오티스엘리베이터가 참고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김현동 국민의힘 의원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2인 1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관련 규정을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승강기 점검시 법에서 2인 1조를 명시하고 있지 않으나,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업 지휘자를 배치하도록 돼있어 2인1조는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대수별 2인1조가 아닌, 동일 현장에서 2인1조를 하는 방식으로 점검이 이뤄지고 있어 기업들이 해당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에 행정명령이나 규칙 등으로 신속하게 처릴 될 수 있는 개선책을 제시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카 상부 안전난간대 문제를 포함해 작업현장에 대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오티스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오티스 노조는 “사측에 지속적으로 안전조치 및 1인 점검 적정대수 조정을 요구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작업자 과실만을 탓하기 때문에 인해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6월 추락사망 사고 외에도 10월 인천에서 발생한 작업자 손가락 절단사고 역시 1인 점검을 하다가 발생한 산재 사고다. 고 위험 작업인 로프교체 공사에서 고속용 강심로프 연결 매듭공법 등 작업 메뉴얼과 기술교육 없이 무리하게 시공에 투입하다 사고가 발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계속 반복되고 있는 엘리베이터 사고 관련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부실점검 예방 위해 정기검사 시 자체점검 적정성 검증하는 방안 필요하다는 지적도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자체점검 부실을 예방할 수 있는‘검사기준의 명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등으로부터‘승강기 정기검사 및 자체점검 기준’을 각각 확보해 분석한 결과, 자체점검의 경우 항목별 세부적인 기준이 없어 형식적으로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체점검에서는 안전 상태 최고등급을 받았으나, 정기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내역이 다수 확인돼 국민안전을 위협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승강기 자체점검은 관리주체가 유지관리업체에 위탁해 매월 1회씩 연 12회 이상 실시하고, 정기검사는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서 연 1회 실시한다. 그러나 김 의원이 지적한 사례를 보면, 한 곳은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4차례 자체 점검에서 추락방지 안전장치에 대해 최고등급을 받았지만, 정기검사에서 ‘기준에 적합하지 않고, 작동되지 않는다’고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위급 상황에서 외부로 연락할 수 있는 비상통화장치 작동 상태에 대해서도 자체점검시 3개월 동안 모두 A등급이었지만, 정기검사에서는 ‘모든 통화장치 작동 안 됨’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노조는 이용자 과실(59.6%) 다음으로 유지관리업체 과실(11.5%)이 비중이 높아 승강기관리 효율화를 위해서는 자체점검의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법정검사에 의존하지 않고 법정검사 이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매월 실시하는 자체점검이 강화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1년 주기 법정검사와 매월 실시하는 자체점검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체점검서 A등급을 받았는데 정기검사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가 취합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행안부가 어느 정도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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