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에 디자인 경쟁도 치열해진 WEE EXPO 2024 엑스포 현장교체수요 증가하는 중국 홈 엘리베이터 시장
지난 5월 8일부터 11일까지 제16회 ‘중국 국제승강기엑스포(WEE EXPO)2024’가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됐다. 중국승강기협회와 중국국제경제기술교류센터가 주관한 이번 전시는 1,100개 업체가 참가하고 12만 명의 전문 관람객이 방문했다.
세계 승강기산업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에서 열리는 WEE EXPO는 세계 엘리베이터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글로벌 엘리베이터 제조업체, 공급업체들과 다양한 국가와 유관분야 전문가들이 승강기 산업 동향을 파악하고, 최신 기술 애플리케이션을 경험하는 자리다.
올해 전시는 작년에 이어 연달아 개최된 탓에 글로벌 대기업들의 참여는 줄었지만, 그 빈자리를 성장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 채웠다. 특히 빌라용 홈엘리베이터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첨단 모터 제어 제품, 시스템 구성 요소 및 스마트 솔루션이 대거 전시됐다.
중국 승강기 시장 현황
중국의 승강기 대수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크게 증가하기 시작해 연평균 복합 성장률은 15.98%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성장률이 주춤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엘리베이터 대수와 산업규모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중국 기업들의 설치, 유지보수, 예비 부품 사업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엘리베이터협회에 따르면 2023년 중국 내 엘리베이터 수는 1,000만 대(가정용 엘리베이터 포함 약 1,057만 대)를 넘어섰으며, 전년 대비 9.6% 증가세를 보였다. 시장 규모는 약 5,089억 위안으로 한화 약 97조 523억 원에 이른다. 향후 5년간 승강기 산업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주택용 승강기시장의 교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7년에는 중국 엘리베이터 산업 시장 규모가 약 13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건물 신규설치와 교체 물량 등 복합 수요로 활발해진 중국 홈 엘리베이터 시장
중국 대형 부동산업체들의 잇따른 유동성 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중국 내 신규 승강기 시장은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다만, 교체수요 등의 복합수요 증가로 승강기 완성품 판매량은 작년 기준 122만 대를 기록했다. 신규시장의 감소를 교체수요가 상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중신증권(CITIC Securities)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설치된 기존 엘리베이터는 점차 교체주기에 진입하고 있으며, 사용수명 15년 이상의 엘리베이터가 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운행한 지 15년 이상 된 노후 엘리베이터 대수는 80만대에 달하며, 매년 추가되는 신규 노후 승강기 대수는 전체 누적대수의 약 1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정부 정책에 따른 홈 엘리베이터 수요 증가세가 가파르다. 중국 중앙정부가 지난 3월 ‘건설 및 도시 기반 시설 인프라 업데이트 촉진’을 위한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승강기가 없는 노후 주택단지 및 노후 승강기에 보조금을 지급해 설치 및 교체를 유도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 중국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교체하는 경우, 지역별로 금액은 다르지만 약 8~10만만 위안 선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홈엘리베이터 업체 Glarie의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은 정부 정책과 도시 노후화로 현재 매년 수 만대의 빌라용 소형 홈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있으며, 성장세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된 홈엘리베이터 제품 대당 가격은 모델별로 12,600~14,600달러 수준이었다. 이 업체는 작년 한해 홈엘리베이터 완성품을 2천대 이상 판매했으며, 연간 800대 가량을 수출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한국에 자사 제품 1대를 보냈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한국 시장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담당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관계자는 “현재 동남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국가 위주로 수요가 많지만, 향후 한국 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신규/교체용 홈 엘리베이터 시장에 중소기업 수주 활발
실제로 이번 엑스포에 제품을 출품한 완성업체나 다수의 부품업체들은 빌라용 홈 엘리베이터 시장을 겨냥해 부스를 꾸렸다. 시공방식이나 전시된 제품을 보면, 중국은 노후승강기 교체 뿐만 아니라 승강기 없는 노후 공동주택에 승강기를 추가하는 방식의 현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기업 이름을 아예 ‘MOD’로 설립해 제품과 서비스 목적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있을 정도. 해당 업체는 자사가 시공한 주택단지 승강기 사례를 통해 엘리베이터가 없었던 노후 아파트에 승강기를 어떻게 설치했는지 노하우를 선보였다. 어떤 모듈형 승강기 설치업체는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설치 작업대와 모듈을 가져와 시연하기도 했다.
특히 이미 입주민들이 있는 건물의 경우, 고객들의 선호도 및 건축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디자인 요소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를 반영하듯 전시장은 화려하면서도 다양한 컨셉의 엘리베이터 디자인들로 참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유럽 등 글로벌 승강기 디자인과 비슷한 수준의 질감과 조명 배치로 과거 촌스럽게 느껴졌던 카 내부와 외관 디자인은 현대적으로 탈바꿈 했다.
한편, 중국 역시 ESG 바람으로 환경을 생각한 전기절감, 에너지 저감형 승강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더욱 경량화, 소형화된 혁신 홈 엘리베이터 최신 기술들을 볼 수 있었다.
다수의 홈 엘리베이터 완성업체들이 자사 대표 모델을 부스에 설치했는데, 피트의 깊이와 버퍼 등 완충 장치, 권상기크기 및 현수로프의 두께나 가닥 수 등이 우리나라 승강기 안전기준과 크게 차이가 있었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홈엘리베이터가 이미 몇 년째 수만대 설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승강기산업 기술혁신 및 고령화에 따른 수요 대응을 위해 소형 엘리베이터 규정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의 에스컬레이터 공장 중국
에스컬레이터는 도시 교통 효율성과 사람들의 여행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에스컬레이터는 점차 쇼핑몰, 지하철역, 공항 등 공공장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 됐고, 높은 생산성을 지닌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전세계에 설치되는 에스컬레이터 대부분을 제조하고 있다.
홈 엘리베이터 홍수 속에서 에스컬레이터 실물을 전시해놓고 참관객을 맞이한 한선엘리베이터 부스는 국내 업계 관계자들도 매우 관심있게 지켜봤다. 한선은 한국 시장 비중이 큰 업체로, 중국 업체 중 유일하게 한국어로 제품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었다.
전시부스 내부엔 초협소 에스컬레이터 실물을 한 가운데 배치해 강조했다. 피트 깊이와 너비를 크게 줄인 방식의 소형 에스컬레이터는 설치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진 협소한 장소의 물리적 변화를 최소화 하면서도 설치가 가능하다. 특히 리프팅 높이가 48.8센티로 매우 낮아 피트 깊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더욱 늘어난 중소 벨트식 로프 제조업체
중소기업들이 포진한 빌라용 홈 엘리베이터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중국 내 크고 작은 수많은 부품업체들이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작은 엘리베이터 용량에 맞게 부품들도 경량화 단순화 된 모습이었다. 로프의 경우 기존 일반 강철로프와 벨트식 로프를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어 로프 제조사들도 다양한 라인업으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오티스의 플랫벨트 특허가 풀린 이후 중국에서는 여러 업체에서 스틸 벨트 로프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전통적인 강철 와이어 로프보다 수명이 길고, 유지관리가 간편하며 진동과 소음이 적어 홈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드에서 검증된 벨트 로프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아직 소수에 불과해 향후 품질이나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들을 보려면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를 참관한 한 승강기 전문가는 “로프의 경우 설치를 하고 운행을 해야만 품질이 알 수 있다. 로프는 카 하중으로 인해 로프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고무소재로 코팅된 스틸 벨트의 경우 소재의 물성이 다르므로 인장강도에 따라 표면이 벗겨지거나 뒤틀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곧 진동소음으로 이어져 승객 불편은 물론 장기적으로 승강기를 손상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현재 중국의 벨트 로프 시장은 소형 엘리베이터에 수요가 집중돼 있어 큰 용량에서 성능과 품질이 안정화되기까지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고 덧붙였다.